15. 그가 요셉을 위하여 축복하여 이르되 내 조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이 섬기던 하나님, 나의 출생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
16.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여호와의 사자께서 이 아이들에게 복을 주시오며 이들로 내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 이들이 세상에서 번식되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 (창세기 48:15-16)
야곱이 자신의 아들 요셉을 위하여, 요셉의 아들들, 즉 야곱의 손자들을 축복하는 장면인데 요셉이 아버지 야곱에게 자신의 아들을 위하여 축복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래서 야곱이 축복을 하는데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여호와의 사자께서 이 아이들에게 복을 주소서.” 자기 아들 요셉을 위하여 야곱이 축복을 하는데, 이 내용을 축복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야곱이 말하고 있는 모든 환난, 그중에 야곱이 유독 기억하고 있는 한 사건이 있습니다. 그 사건에서 야곱은 모든 악에서 속량을 당했습니다. 자신을 모든 악에서 건지신, 속량하신 사자께서, 이 사자라는 말은 천사 혹은 메신저 라는 의미입니다. 야곱은 지금 축복 기도를 하는 가운데 얍복강가에서 자신의 환도뼈를 부수었던 그 사람, 그 천사를 소환하고 있으며, 그 사건의 실체가 곧 하나님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이 섬기던 하나님, 나의 출생으로부터 지금까지 나를 기르신 하나님이 바로 얍복강가의 그 하나님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분이 자신을 모든 악에서 건진 사자라는 겁니다. 자기를 부순 그 하나님으로 자기의 아들과 그 손자에게 축복하는 것입니다. 그 사건을 다시 한 번 볼까요?
창세기 32장인데요, 야곱이 에서를 만나는 가는 장면인데, 20년 만이죠. 야곱의 형 에서가 자신의 축복을 가로챈 동생 야곱을 죽이려드니까 야곱이 도망을 갔었고, 다시 돌아오게 된 겁니다. 야곱이 돌아오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가라고 하니까 입술을 깨물면서 다시 온거죠.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돌아가라고 하셨어요.
너는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
20년 만에 형 에서를 만나게 되었는데, 하나님이 함께 한다고 해도 야곱은 옛날 자신을 죽이려 했던 에서의 분노와 이긴 적이 없는, 늘 지고 살았던 경험들이 기억나 쉽게 강을 건널 결정을 못 내립니다. 형 에서는 들사람, 사냥꾼인데,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장막에 거하는 조용한 사람이었죠. 자기의 기질상 형 에서를 절대로 이길 수 없는, 그렇게 태어난 것입니다.
못 건너가는 겁니다. 건너가기 전에 야곱이 어떤 행동을 합니까? 창세기 32장 20절입니다. “또 너희는 말하기를 주의 종 야곱이 우리 뒤에 있다 하라 하니 이는 야곱이 말하기를 내가 내 앞에 보내는 예물로 형의 감정을 푼 후에 대면하면 형이 혹시 나를 받아 주리라 함이었더라”.
야곱은 20년 만에 에서를 보러 예물을 들고 갑니다. 그리고 양 떼를 두 떼로 나눠 형 에서의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합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형의 감정을 풀려고 합니다. “내 앞에 보내는 예물로 형의 감정을 푼 후에 대면하면 형이 혹시 나를 받아 주리라” 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이런 생각이 바로 육신의 지혜이며 자신의 경험입니다. ‘감정을 푼 후에’라는 단어가 욤 키푸르(유대교의 속죄일)에 나오는 ‘속량’이라는 단어입니다. 성경 단어를 알고 그 의미를 찾아 묵상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것을 지식으로만 알고, 흥밋거리로만 배우게 되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설교 시간에 히브리어나 헬라어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형의 감정을 푼 다음에, 킹제임스 성경에서 appease(어피즈), (사람을) 달래다; (노염·슬픔·싸움 따위를) 진정〔완화〕시키다, 가라앉히다 라는 뜻으로 번역이 되어 있는데 이 단어가 히브리어로 카파르 라고 합니다. 매우 특이한 단어입니다. 야곱이 지금 어떤 생각으로 예물을 보내는지 히브리어로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카파르는 형 에서의 감정을 덮어주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자신의 예물로 형의 분노를 덮어버리겠다는 거죠. 그리고 이 카파르가 속량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야곱의 상태가 이렇다는 거죠. 선물을 주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그 마음이 풀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변하지 않은 야곱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얍복강을 건너갑니다. 아내 레아와 라헬을 먼저 보내고 혼자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창세기 32장 24절,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씨름을 했다는 말은 두 사람의 의견이 맞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뜻이 다른 겁니다. 그걸 씨름이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아무리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해도 하나님은 자신의 뜻을 돌이키지 않습니다. 바꾸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도하는 사람의 방향은 점점 어디를 향하게 됩니까? 기도하는 만큼 주님을 향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을 향하지 않고 하나님을 향한다는 겁니다. 우리는 내 소원 이루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죠. ‘안 속는다, 치아라 마, 니는 니가 주인인데 나한테 뭘 빌어? 어쭈, 나를 옮기려고 그러네?’. 하나님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고 기도를 한다는 겁니다. 사실은 많은 사람의 기도가 이런 모습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한다면서 기도라고 합니다. 내가 지금 드리는 기도를 한번 자세히 생각해 보세요. 내 뜻대로 하나님을 이끌려고 기도하고 있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기도하는 사람에게 은혜를 주십니다. 그런데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자신에게로 움직이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야곱이 바뀌기를 바라십니까, 아니면 에서가 바뀌기를 바라십니까? 에서의 분노가 풀어지기를 기도하시죠? 그런데요, 주님은 뭐라고 하시죠? ‘야곱아, 네가 바뀌어야 한다, 네가 변해야 한다.’ 라고 하십니다. 자기가 경험했던 것, 자기가 아는 능력, 거기에 묶여 있는 야곱입니다. 하나님은 지금 야곱에게 야곱 자신으로부터 돌이켜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진짜로 삽바를 잡고 씨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얍복강가의 씨름은 이런 내용입니다.
인간은 영과 혼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의 혼은 자기중심적입니다. 그 혼은 자기 밖에 모릅니다. 이것을 육신이라고 말하죠. 로마서 8장 7절,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음이라”라고 합니다. 이게 육신입니다.
야곱의 대퇴부를 씨름하던 어떤 사람이 칩니다. 그리고 부서집니다. 대퇴부가 부서지기 전에 야곱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창세기 32장 26절, “그가 이르되 날이 새려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이르되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우리가 이렇게 기도한다구요. 하나님을 붙들죠. ‘하나님 딴데로 가지 마시고 내가 기도하니까 내 옆에만 바짝 붙어 계세요. 그리고 나만 축복해 주세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달라고 하는 것만을 위해서 기도합니다.
20년 전에 야곱은 아버지 이삭에게 가서 에서라고 속이고 자신을 축복해 달라고 했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하나님께 축복해 달라고 씨름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주님은 어떤 축복을 주십니까? 대퇴부를 부서뜨리는 축복이죠. 이것이 야곱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하나님께서 대퇴부 고관절 환도뼈를 칩니다. 다시 31절을 보실까요? “그가 브니엘을 지날 때에 해가 돋았고 그의 허벅다리로 말미암아 절었더라”. 야곱은 에서에게서 도망갈 수 있는 힘은 있었죠. 분노에 가득찬 에서가 잡으러 오면 부딪혀서 이길 수 있는 힘은 없었지만, 도망갈 수 있는 힘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환도뼈가 박살이 났으니 도망도 못가게 생겼습니다. 이젠 얍복강을 건너가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형 에서가 만약에 안 받아준다면 도망을 가야 하니까 가축을 두 떼로 나눠서 보내고, 예물을 보내서 에서의 분노를 풀려고 사사로운 육신의 지혜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양면작전을 쓰는 야곱입니다. 여차하면 도망가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받아 줄테니까 양다리를 걸쳐 놓는 겁니다. 우리 신앙생활의 형태도 이런 모습과 비슷합니다. 양다리 신앙이죠. 마음과 열정을 세상과 교회에 두떼로 나누는 것입니다.
야곱은 에서의 분노를 풀어주려고 사사로운 지혜를 사용하고 있죠? 야곱에게 주님이 이미 말씀하셨잖아요?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다 그러니 돌아가라’ 라구요. 자기의 경험, 20년 전에 자신이 겪었던 경험, 20년 전까지 알았던 나의 능력, 에서를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야곱의 경험, 주님이 함께 한다고 말해도 우리는 야곱처럼 못 이깁니다.
이것은 요단강을 건너가지 못했던 두 정탐꾼의 말을 믿었던, 젖과 꿀이 흐르는 이 땅을 준다고 약속했는데도 믿어지지 않는 거죠. 네피림, 아낙 자손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들어가면 죽겠구나 라고 하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음성을 직접 들어도 나를 믿지 하나님을 믿지 않습니다. 나의 경험을 믿고 나의 판단을 믿습니다. 이것이 현재 우리, 아니 모든 사람들의 상태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주님은 야곱의 허벅다리를 부숴버렸습니다. 이제는 도망칠 힘조차 없고 주님 앞에 완전히 부서진 자, 이것이 회개입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축복해 달라고 했더니 환도뼈를 부서뜨려버리시는 하나님, 축복은 뭡니까? 자기 뜻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육적으로 허벅다리가 부서지는 것이 주님이 주시는 축북입니다. 그런데 이때 야곱에게 엄청난 변화가 일어납니다. 이름이 바뀝니다.
창세기 32:28,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얍복강를 건너가면서 야곱에게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새 이름을 얻었습니다.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입니다. 그리고 이름의 뜻이 나오죠?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
하나님과 사람과 겨루어 이길 수 있는 은혜는 어떤 것일까요? 그 은혜는 약해지고 죽어지고 부서지는 것입니다. 야곱이 노년에 얍복강에서 홀로 남았을 때, 아무도 자신을 도울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에서 형이 바뀌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하는 것이구나, 축복은 힘이 더 세지는 것이 아니고, 사사로운 지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축복은 내가 부서지는 것, 내가 죽는 것이구나, 축복은 내가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도와주고 싶을 정도로 부서져 버린 사람, 허벅다리를 저는 사람이 되는 것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또 야곱이 깨달은 것은 내가 악한 것에 묶여 있구나,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리라고 하시며 조상의 땅으로 돌아가라고 하셨는데,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날 얍복강에서 야곱이 알게 된 것은 자기 속의 악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악에서 속량해 주신 분이 얍복강의 하나님이시라는 거죠. 환도뼈가 부서짐으로 인해 내가 묶여 있던 악에서 하나님이 해방시켜 주신 것이죠.
야곱은 노년에 자기 아들 요셉에게 축복할 기회를 얻습니다. 야곱이 병이 들어서 요셉이 온 겁니다. 아버지가 이제 돌아가시겠구나 하며 온 거죠. 야곱과 요셉의 마지막 만남이 이 날이었고, 마지막 기도도 이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도를 마지막으로 축복한 다음에 야곱은 죽습니다. 죽기 전에 야곱은 자기 아들 요셉을 위하여 축복하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죽기 직전까지 자신을 부수신 것과 이름을 바꿔주신 것은 축복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에서를 이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에서를 바꿀 수 있을까 라며 살아왔던 야곱을 주님은, 네가 부서져야 해, 에서는 바뀌지 않아, 네가 바뀌어야 해, 이것이 회개이며, 성경에서 말하는 거듭남의 그림이 이것입니다.
그날 밤에 알게 된 것은 브니엘, 하나님의 얼굴, 천사가 아니라 그분이 하나님이었구나, 그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에서에게서 도망칠 때도 밤이었고, 삼촌 라반에게서 도망칠 때도 밤중이었고, 지금도 얍복강을 건너려다 보니까 밤중이 되었습니다. 밤중에 몰래 건너가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레아와 라헬을 밤중에 얍복강을 건너가게 한 겁니다. 그렇게 해서 야곱은 홀로 밤을 세운 겁니다.
밤 중부터 새벽까지 천사와 씨름을 했어요.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는 이 기간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사로운 지혜가 아닙니다. 그리고 내 재물을 사용하여 분노를 덮는 것도 아닙니다. 주님의 축복은 내가 부서지는 것입니다. 내가 더 약해지는 것입니다. 한 줌도 안되는 나의 사사로운 지혜를 버리는 것입니다. 그저 주님만 믿고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야곱이 밤새 홀로 씨름하면서 깨달은 것입니다.
예수와 함께 죽고 예수와 함께 거듭난 자, 얍복강에서 야곱은 이스라엘로 거듭났습니다. 우리는 평생 무엇인가를 위해서 힘써 노력합니다. 가정사든, 회사 일이든, 부부 사이에서도, 자식과 부모 사이에서도, 우리는 상대방을 바꿔보려고, 상대방을 움직여보려고 평생 힘을 씁니다. 그러니 주님이 도와주겠습니까? 내 지혜로, 내 지식으로, 내 힘으로, 내 능력으로 하려고 하는데. 가족들이든 동료든, 누구든 간에 그와 씨름을 하다가 보면 결국 하나님과 씨름을 하는 순간까지 가게 됩니다. 주님이 우리를 향하실 때, 주님은 우리를 낮추시고, 예수와 함께 죽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평생 뭔가를 고치려고, 가르치려고 하는 그 모든 일에 주님은 우리부터 바꾸려고 , 우리 자신부터 포기하게 하려고, 우리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5월은 어린이 주일이며 또 어버이 주일도 함께 합니다. 특히 교회학교 학생들을 자식으로 둔 부모님들은 오늘 야곱이 손자들에게 하는 이 축복 기도를 명심하셔서, 우리 아이들이 훌륭한 신앙인으로 자라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길은 우리가 먼저 부서지고, 약해지고, 수그리고, 용서하고, 낮아지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항상 오늘 야곱의 얍복강 체험을 들려주시고 또 잘 이해시켜 주셔서 성큼성큼 자라가는 자녀들 신앙의 뿌리가 튼실해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